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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친구일 해리포터와 91년생

지노쥬 2012. 9. 9. 00:28

영원할 친구일 해리포터와 91년생


나는 91년생이다. 내 친구들을 포함하여 90년생 전후로의 또래들은 해리포터와 같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11살 때 11살의 해리포터를 만났고, 17살이 되었을 때 헤어졌다. 해리포터는 성장소설이며, 90년대생 우리들도 같이 성장했다. 초등학교때 많은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해리포터를 좋아했으며 동경했다. 대학생이 되어 만난 친구들과 얘기를 해도 해리포터는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공감요소 중 하나이다. 2011년 작년에 나온 해리포터 7편을 이제서야 봤기 때문에 한번 글을 써보고자 한다. 해리포터와 우리들, 어떻게 변해왔는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우리가 자그마치 11살 때 시작된 그의 모험은 우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꿈이고 희망이였다. 지금도 친구들이랑 하는 이야기지만, 해리포터를 읽고 잠들면서 나에겐 호그와트 입학편지가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잠든게 우리였다. 해리포터가 영화로 나왔을 때 우리는 열광했다. 비록 책의 내용을 많이 빼먹고 우리가 각자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마법세계의 연출은 우리가 빠져들기에 충분히 흥미로웠고 신비의 세계였다. 우리는 책을 읽어서 이미 아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영화는 꼭 보았다. 



영화 상의 우리 또래의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다니엘 레드클리프와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과 이미 우리는 친구였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지만 꼭 영화를 봐야만 했다. '용기'가 주제가 되는 해리포터의 이야기는 초등학생들인 우리들에게 큰 메세지로 다가왔다.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힘을 얻었고 용기를 얻었다. 


13살이 되었을 때 해리포터 5권 불사조 기사단이 나왔다. 그때 언론에서 하던 이야기가 해리포터가 너무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확실히 마법과 모험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4권까지의 이야기는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소설 속에서 단순한 악인 볼드모트의 존재를 너머 사회 지도자층의 부정부패와 악이더라도 권력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 등에 대한 주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해리포터는 더이상 얼마나 JK롤링이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인지만을 증명해주는 책이 아니였다. 그녀가 어떤 생각으로 5권부터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우리는 단순한 재미와 상상뿐 아니라 시사와 정치사회, 인간에 대해서까지 생각을 하게 되는 시점이었다. 



4권까지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부분이 컸다면 5권부터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일련의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자그만 사건들이 해결이 되는 건 당연했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인 볼드모트와의 싸움은 여전히 남아있는체로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세 친구와 함께 우리도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중학교에 들어갔고,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내 기억으로는 7권이 나온 때가 고등학교 때였다. 우리가 17살이 되었을 때 세 친구의 모험이 끝이나게 된다. 입시공부로 인해 바빴던 나는 그 때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책을 끝내 읽지 못하고 영화로 그들을 다시 만났다. 반드시 먼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이 무너져 버린게 아쉽긴 하지만, 해리포터 7권이 나왔을 때 이미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소설을 읽을 여유는 없어져버린 것 같다. 이미, 그 때 나도 함께 어른이 되어버린걸까. 



작년에도 영화가 나왔을 때 꼭 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5년이나 지난 어제서야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일단, 우리의 세 친구가 영화속에서, 그리고 실제로 어른이 된 것처럼 나도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점은 씁쓸하면서도 숙연해진다. 해리포터로 하나가 되었던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모든 친구들이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제 부모님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막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과도기에 있는 우리가 느끼는 괴리감이 아마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느껴지는 감정을 배가시켰을거라고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리포터에서 다루는 내용이 좀더 넓어진 것에 비해 시사하는 메세지가 깊어지지 못한 점이다. 아까 말했듯이, 5권부터 JK롤링은 선악, 사회, 인간에 대해 철학적이면서도 정치적,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 마무리의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7권을 책으로 직접 보지 못하고 영화로만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영화에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통계적인 수치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해리포터의 주된 팬들은 우리가 아닐까?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아직도 순수한 '용기'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다면 그건 성숙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미 용기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해리포터가 말하는 것처럼 용기는 정말 중요한 것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해리포터는 용기있게 절대악과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미 영화에서 책에서 그 선악이 나타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강권력인 악을 따를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레이코 말포이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그의 고뇌를 조금더 심도있게 표현해주었더라면, 그의 고뇌를 통해 관객이 한 번더 옳은 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던져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해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한다고 생각하여 악에 굴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모습은 단지 해리포터는 중요한 인물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모습밖에 비추어 지지 않는다. 만약 해리를 통해서 조금 더 사회와 인간에 대한 메세지를 정확하게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해리가 조금 더 나아가 단순악을 넘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까지 손을 뻗쳤다면 어땠을까. <해리포터>는 정말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그 속에는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그들 하나하나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만한 요소가 다분했는데도 그 캐릭터들이 살아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루나 러브굿. 뭔가 더 시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그저 마지막에 힌트를 주는 친구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도비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해 더 극적인 요소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남는다.


워낙 긴 이야기여서 두 편으로 나누어진 영화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일단은, 그들이 어른이 되어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것이겠지? 우리도 어른이 되어버렸고, 더 이상의 '마법의 장난'은 없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해리포터 세 친구들과 함께 즐기던 그 마법의 장난들은 영원히 우리의 추억 속에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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