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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리뷰 - 설국열차 속의 세계관, 이상한 놈과 가이아 이론

지노쥬 2013. 8. 12. 15:44

설국열차 리뷰 - 설국열차 속의 세계관, 이상한 놈과 가이아 이론





오늘로 설국열차의 관객이 60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여러가지 아쉬운 목소리도 많이 들리고 있긴 하지만, 600만이라는 숫자가 입증하는 만큼, 나는 개인적으로 설국열차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세계관과 철학이 잘 드러나있는 영화를 좋아하고, 설국열차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이하로 스포포함)




설국열차의 배경은 모두가 알다시피, 빙하기가 되어버린 지구에서 더이상의 생명체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윌포드는 무한동력엔진으로 기차를 만들었고, 기차는 전세계를 무한정 돌게 되며, 인류는 기차에 탑승하여 세계를 꾸려 살아나가게 된다. 설국열차는 윌포드의 기차를 말하며, 우리 시대의 세계를 극단화시켜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이다. 




가진자와 못 가진 자.


기차 안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형상화 하고 있다. 윌포드의 기차에 탑승하여 빙하기로부터 살아남은 승객 중, 가진 자들은 앞칸, 그리고 못 가진 자들은 꼬리칸에 살고 있다. 꼬리 칸에 있는 사람들은 앞칸으로 갈 수 없으며, 이들은 앞칸에서 온 권력자들의 부하 군인들에게 착취당하거나, 억압당하거나 혹은 죽임을 당한다. 



설국열차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발언은 바로 '모두에겐 정해진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에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자리가 있으며, 그 자리를 지킴으로서 세계는 원만하게 굴러간다. 경제적 신분과 그 신분은 바꿀 수 없다는, 혹은 바꿔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바로 머리칸, 기득권층의 생각인 것이다. 




이에 신분상승의 욕구를 표현하는 인물, 혁명의 리더인 크리스 에반스.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게 꼬리칸 사람들을 혁명으로 이끌어 가는 인물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혁명리더의 추후에 겪게 되는 내적갈등이 적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권력층에 의해 manipulate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그러한 결론을 맺게 되었는지에 대한 표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국열차가 정말 버릴 장면 하나 없이 하나하나 전부를 통해서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긴 한데, 뭔가 주인공이 좀더 극단적이고 '영화다운' 드라마틱한 결론을 끌어내길 바랬던 것과는 달리 결말히 흐지부지해서 사람들이 결말에 대해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열차는 인물보다는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권력층은 사회의 균형을 위해서 때로는 반란 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평화는 세계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다. 이 점이,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사회적인 불화, 권리나 자유를 향한 대중의 몸부림이 결국엔 기득권층의 manipulation으로 인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인권, 자유를 향한 몸부림은 결국 내 자신의 권리를 앎으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그 교육은 결국 기득권층에 의해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평화 또는 불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흐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그런 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상한 놈'


설국열차에 나온 송강호는 사실 예전에 이병헌과 함께 출연했었던 '좋은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상한 놈'과 비슷한 이미지였다. 남궁민수라는 캐릭터는 열차의 모든 문을 설계한 관리자이고, 동시에 마약인 크로놀 중독자로 나온다. 혁명을 꿈꾸는 꼬리칸 사람들에게 기차 앞칸의 문을 열어주고 크로놀을 대가로 받는다. 하지만 남궁민수가 정말 원했던 것은 마약이 아닌 열차를 폭파시킬 폭탄으로서의 인화물질 크로놀. 그런 점에서 '이상한 놈'의 느낌이 많이 들었다. 괴기한 방법으로 각자의 목표를 추구했던 인물. 중간 중간 송강호가 마약중독자가 아닌듯이 사색을 하는 장면들이 슬로우모션으로 나오곤 하는데, 이 모든 복선들이 나중에 결론을 내리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송강호 캐릭터는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앞칸으로 가는 것이 아닌 열차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해결책의 방안이 아닌 것이다. 어떤 점을 시사하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사회의 불화를 해결하는 요인은 갈등이 아닌 뭔가 새로운 방법이라고 전하는 것이 아닐까? 열차를 나가는 것은 곧 세계를 나가는 것이니 세상과 등지고 은둔하는 삶인 것 같지만, 뭔가 그러한 것을 말하는 건 아닐테고, 뭔가 평화를 위해선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또하나 미스테리 인물인 고아성의 캐릭터설정이다. 투시능력이 있는 듯한 고아성은 기차에서 태어난 아이로 바깥세상을 알지 못하는데, 투시능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중요한 캐릭터인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설정량이 부족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세계를 표현한 영화라서 그런지, 설국열차에선 사실 모든 캐릭터의 설정들이 그렇게 두드러지게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윌포드 바로 아래의 열차 2인자로 나오는 틸다 스윈튼이 권력을 상징하는 캐릭터인데, 부패된 권력이라기 보단 악한 권력을 그리고 있는 느낌이다. 깐깐하고 고지식한 절대적인 기득권층의 느낌을 매우 잘 표현한 것 같은데, 조금 더 많은 설정을 부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열차의 꼬리칸은 어둡고 칙칙한 반면, 부를 상징하는 머리칸은 화려하다. 파티 장소며, 수영장이나 식물원, 아쿠아리움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얼마나 부층과 빈층이 대비되는지를 보여주고, 특히 학교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거의 브레인워시급의 교육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돌아가는 세계, 가이아 이론.


결과적으로 나는 이 설국열차가 두개의 가이아 이론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열차 안의 가이아이고, 하나는 지구 전체의 가이아이다. 가이아 이론이란, 모든 유기체와 그 둘러싼 환경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결국엔 완전한 시스템으로써 작동을 해나간다는 이론이다. 열차 안에서 모든 사람들과 모든 환경들이 어떻게 작용을 하든지간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하며 열차를 굴러가게 한다 - 인류가 살고 세계는 굴러간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북극곰을 통해 지구가 다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또한 지구라는 세계가 다시 유기체와 무기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살아있는 세계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설국열차는 미래의 가능성있는 지구 재앙이라는 환경을 통해 현 시대의 부조리함을 그린 영화이다. 기차 맨 끝의 꼬리칸과 맨 앞의 머리칸, 극단적인 두 부류만 그렸기 때문에 더욱 극단적으로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아무튼 심도 있는 세계관과 초호화 캐스팅(?), 저예산 영화, 한국인으로써도 너무 뿌듯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할리웃의 명품배우들이 우리나라의 배우와 우리나라의 감독과 함께 이러한 작품성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니, 새삼 봉준호 감독이 대단해보인다 :)


한가지, 언뜻 기사를 둘러보니 미국인들에겐 설국열차가 너무 어려워서 20분 분량을 잘랐다고 한다...;;;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영화로 전락하지는 않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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