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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ging/Movielog

<벼랑위의 포뇨> 유치한데 너무 이쁜 동화

지노쥬 2013. 5. 22. 11:30

 

미야자키하야오의 <벼랑위의 포뇨>를 보고 -


미야자키하야오는 참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 사람의 세계관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 사람이 그리는 동화는 다 너무 예쁘고 빠져들게 만든다. 그 애니메이션에 드러나는 그의 상상력 또한 참 인상깊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말 순수한 동화가 그리울 때 생각나는 사람이다. 이미 그의 작품들도 몇 번씩이나 돌려보았기도 하고.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대부분) 너무 말랑말랑해서 좋다. 그의 가장 최근작인 벼랑위의 포뇨는.. 봐야지 봐야지 해놓고 아직까지도 못봤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 벼랑위의 포뇨는 일단 내용자체도 그닥 알려진 내용도 아닌데다가, 사람들의 평이 전부다 '유치하다'고 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딱히 엄청 크지는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니까, 나중에 시간내서 봐야지,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드디어 보게 되었다. 


영화리뷰를 한 줄로 말하자면, 

유치한데 너무 이쁘다.






** 이하 스포주의 **








아마 포뇨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장면만 알 것 같다. 내가 포뇨를 보기 전까지 예고편 등지에서 본 장면은 거의 이거 하나만 기억에 난다. 예고편 트레일러가 거의 별 내용이 없었고 딱히 흥미를 끌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어쨌든 이게 뭐지... 이게 포뇨인가보네... 하고 넘어가게 된 정말 매력없었던 프로모션. 인기를 딱히 끌만한 내용이 아니긴 했지만, 일단 저 알 수 없는 포뇨의 정체부터도 사람들에게 딱히 어떤 것이라는 scheme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끌기 어려웠든 싶다. 그러니까, 포뇨는 인어다. 벼랑위의 포뇨는 인어가 사람이 되는 인어공주 이야기에서 따온 동화이다. 







어쨌든 예고편이든 포스터이든 포뇨밖에 안나와서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색)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매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동화는 색체가 너무 이쁘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전체적인 풍경과 이미지부터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 다 캐치하고 싶을 정도로 항상 너무 예쁜 배경을 만들어낸다. 정말 '동화'같은 예쁜 색감. 너무 이쁘다. 






벼랑위의 포뇨는 사실 기존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이것저것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하울스럽기도 하고 센과치히로같기도 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어둠의 분위기? 나쁜 마법사의 생김새나 그가 쓰는 마법이나, 마법사의 집 같은 것들. 

기괴하면서도 마력이 있는 느낌. 



이건 마법사가 마법을 써서 파도를 조종하는 모습이다. 그의 표현력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기괴하고 으스스하고, 거부감이 드는 이런 파도 모양과 색깔. 하지만 그 기괴함 조차도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패러다임이니.. 



포뇨는 오리비슷하게 변하더니 나중에 사람이 된다. 포뇨는 마법을 쓸 때도 오리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는데, 정.말. 징그러웠다... 이 장면은 그냥 볼 만하지만, 처음에 오리로 변할 때는 진짜 .. 그만 볼까..? 생각할 정도로 못생겼고 징그러웠다.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포뇨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그나마 무마되었던 것 같다. 



물고기에서 사람으로 변한 포뇨가 파도를 달리며 소스케를 쫓아가는 장면. 이 장면은 보고 레알 뿜었다 ㅋㅋㅋㅋ 사실 파도가 출렁이고 쓰나미가 오는, 엄청 다이내믹한 장면인데, 그 위에 포뇨가 달리고 있는게.. 그냥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 그냥 파도를 타고 물살에 따라가도 되었을텐데 굳이 파도위를 달리게 해가지고 ..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냥 ㅋㅋㅋ




정말 벼랑위의 포뇨는 유치하고 기괴하고 정말 미야자키하야오 스러웠던 것 같다. 포뇨의 엄마로 표현되는 바다의 여신. 표현력 하나는 정말.. 바다의 여신을 저렇게 표현할 줄이야. 미야자키하야오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그 몽환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장면이 이번엔 바다의 여신을 통해 드러난 것 같다. 


어쨌든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라인인데, 억지스럽고, 나사가 빠져있고, 유치하다. 마무리가 특히 황당하다. 포뇨가 마법을 오용해 세계가 고대 바다 선캄브리아기(아니면 캄브리아기?)로 돌아가버리고 지구가 달에 충돌할만큼 가까워졌다. 그 세계를 표현한 건 너무 예뻤다. 우리가 가지는 고대 옛날의 바다 시대는 어땠는지 글로만 배웠는데, 그걸 비주얼로 표현해준게, 그것도 너무 이쁘게 표현해주어서 정말 색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라인이 허술해서 왜갑자기 세계가 쓰나미에서 선캄브리아기로 가버렸는지도 허술하고, 포뇨가 잠들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그게 왜그런지도 설명이 안되있고, 뭔가 포뇨가 마법을 부렸고 저지른 일들을 다시 원상태로 복귀하는데에 일련의 원리Principle이나 과정이 필요하다면 그 내용은 아예 제대로 나오질 않아 아쉬웠다. 그래서 결국 포뇨가 마법을 포기하는 대신 인간이 되겠다고 약속을 함으로서 갑자기 세상은 원상태로 복귀된다....작가의 세계관이 전혀 나오질 않아 황당한 스토리라인. 물론 아이들을 위한 동화였다면 이런 극적인 전개도 나쁘진 않을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인과응보라든가 권선징악이라든가, 아무튼 무언가는 논리적으로 말이 되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 




그래서 결국 포뇨를 보는 재미는 장면이 이쁘고 이 둘이 귀엽다는 점이 전부인 것 같다. ㅋㅋㅋ 이 둘은 실제로 너무 귀엽다! 포뇨랑 소스케! 사랑스럽다 ㅎㅎ 로맨스라고 하기엔 너무 어린아이들이지만, 그냥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게 서로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면 다들 엄마미소를 짓게 되는 것처럼. 



하여튼 미야자키하야오의 작품들은 다들 그렇듯, 벼랑위의 포뇨 또한, 치명적으로 순수한 동화에 기괴하고 이상야릇한 오묘한 분위기가 섞여있으면서도 몽환적인 요소 또한 빼놓지 않는.. 포뇨 또한 참 매력적인 작품인 것 같긴 하다. 스토리라인이 엉망이라 그렇지 예쁘기는 너무 예쁜 동화니까 :)



여담으로, 하야오의 작품에 나오는 음식들은 왜 다 이렇게 맛있어보이는지 모르겠다.. 라면에 햄이라니, 생각지도 못하겠는데 너무 맛있어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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