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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아이들은 위한 뮤지컬, 어른들을 위한 동화 :) 본문

Blogging/Theatrelog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아이들은 위한 뮤지컬,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지노쥬 2012. 1. 14. 21:29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한국에서 만들어져 외국으로도 수출되고 있다는 뮤지컬, 이름은 한번씩 들어봤을 것 같다.

이 뮤지컬도 어쩌다보니 두번을 보았다 ㅎㅎ
초등학교 6학년 때였으니, 무려 ....9년....전.......................헐 나님 늙었네요......
암튼, 9년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한 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예술의 세계에 눈뜨고 싶게 만들었던, 내 인생 최초의 뮤지컬 관람 - 


 


줄거리
깊고 깊은 안개 숲 속에서 매일 매일을 즐겁게 살고 있던 일곱 난장이들의 집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나 예쁜 소녀, 백설공주. 남의 집에 와서 제 집인 양 청소를 하고 있던 백설공주는 야비치사잔악비겁악독악랄한 새엄마 왕비에게 쫓겨왔다. 일곱 난장이 중 말을 하지 못하는 막내 난장이 반달이는 첫 눈에 백설공주에 반하게 되어 짝사랑을 하게 된다. 백설공주의 목숨을 노리는 새엄마 왕비의 계략에 위기에 빠지는 공주를 반달이가 목숨을 건 노력과 모험으로 번번히 구해내고, 반달이는 점점 백설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새왕비의 독사과를 먹고 쓰러져 버린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반달이는 자신이 직접 산넘고 물건너 먼 이웃나라의 왕자를 찾아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겠다고 한다. 여행을 떠난 반달이는 몸이 녹초가 되고 힘겹게 왕자를 찾아 오는데 성공하고,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게 된 백설공주는 왕자와 결혼식을 올린다. 백설공주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연습했던 반달이의 춤은 결혼식에서 축하한다는 의미로 전해지게 되고, 백설공주를 잊지 못한 반달이는 숨을 거두며 안개꽃밭에 자신을 묻어 달라고 하고, 백설공주는 이를 알지 못한다. 훗날에 낡은 방의 진실의 거울을 마주하게 된 백설공주는 자신을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반달이임을 알게 된다.




뮤지컬에 빠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뮤지컬을 접해 보았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슬펐다. 평소에 소설책에 빠져 읽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뮤지컬에 빠지게 되었던 이유도 바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이하 백사난) 때문이였다. 어렸을 때 보았던 몇개 안되는 연극들은 왜 그렇게 재미가 없던지 기억에 남지도 않고 그저 그랬는데, 13살에 본 백사난 '뮤지컬'은 나에게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아마 '음악'과 결합이 되어있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어렸을 때 부터 음악을 좋아했으니까 ㅎㅎ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슬픈 이야기
어렸을 때라 뭘 모르기도 한참 몰랐겠지만, 정말 반달이가 죽는 줄 알았다. '공연'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나보다 ㅋㅋㅋ 아무튼, 반달이가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하며 겪는 장면에 반달이가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공연 중간에 쓰러져 버리는데 정말 쓰러져 버린 줄 알았다. (그만큼 연기가 일품이였다는 얘기겠지..?) 정말 보는 사람이 다 가슴아프게, 너무 힘들게 힘들게 백설공주를 구해줬는데, 백설공주는 왕자님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까, 너무나 사랑했기에 더 아플 수 밖에 없었던 반달이의 마음이 너무 안쓰러웠다. 하지만 반달이는 끝까지 백설공주를 향해 웃어 주었고, 축복해주었다. 반달이가 백설공주에게 고백하기 위해 남몰래 매일 열심히 춤을 준비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마지막에 그 춤이 백설공주를 향한 고백이 아닌 축복이 되어버렸을 때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펐다. 하지만, 백사난은 동화다. 백설공주의 원작이 동화다. 백사난은 동화같이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13살 짜리 나도 푹 빠져서 볼 수 있었겠지. 심오하거나 사회에 메세지를 던지는 뮤지컬은 아니지만 그냥 순수하고 너무 예쁜, 동화같이 아름다운 백사난이 너무 좋다. 



반달이의 춤, 사랑의 춤
말하지 못하는 반달이의 유일한 소통방법은 춤이였다. 반달이는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먼 이웃나라에 갈 때 모든 것을 춤으로 해결(?)한다. 말을 못하니 왕자를 데리러 갈 수가 없지 않은가? 그는 몇날 며칠을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그 아름다운 사랑의 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려 결국 왕자에게 까지 전해지게 된다. 반달이는 정.말. 백설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안개꽃, 에쁜 안개꽃밭
이 공연의 무대는 안개꽃밭이다. 안개꽃밭의 아름다움에 모두가 살아가고 있다. 안개꽃, 안개꽃의 꽃말은 간절한 기쁨, 깨끗한 마음, 널 죽도록 사랑해, 그리고 죽음이다. 아마 반달이의 백설공주를 향한 간절한 사랑, even to the death인 그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안개꽃밭에 묻어달라고 하던 반달이의 유언은 죽어서도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것이 아닐까?

 
 


톡톡튀는 캐릭터들, 일곱난장이
사실 백사난의 난장이들은 일곱난장이가 아니다. 역에서는 여섯난장이만 나오며 배우가 딱 6명이기 때문에 (7명인가 갑자기 헷갈리네) 공주님과 왕자님역을 병행하는 난장이들이 가끔 사라지기도 한다. 가끔은 난장이가 5명이고 4명이고 막 그렇다 ㅋㅋㅋ 공주님과 왕자님 1인 2역을 빼고는 단역인데, 그 난장이들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톡톡튀는 캐릭터를 맡아 극의 유쾌함을 더해준다. 또한, 말을 못하는 주인공 반달이는 노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난장이님들이 모든 음악부분을 맡아준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노래 뿐 아니라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까지 모두 다른 난장이들의 몫 -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노래는 거의 난장이 한 명에게만 치중되어 있다는 점 (누군지는 기억이 안남ㅠㅠ). "MUSIC"al보다는 스토리에 더 중점이 있는 뮤지컬인 느낌이다.



참신한 연출
동화 속 백설공주를 나타내기 위한 무대세트는 매우 아기자기하고 정말 동화같았다. 마치 디즈니랜드에 온 기분이였달까? 배우들의 옷도 그렇고, 사실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이라고 해도 될만큼 알록달록했다. 소규모 무대에서 진행되는 뮤지컬인 만큼 연출또한 참신했다. 극의 특성상, 물에 빠진 백설공주를 구하는 반달이나,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모험을 해야하는 반달이를 표현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백사난은 정말 얼마 안되는 소품으로, 그것도 그냥 일상적인 소품으로 그 장면을 풀어내고 있다. 물에 빠진 백설공주를 구하는 장면에는 달랑 천 한 개만 있으면 된다! 또 하나 획기적이였던 장면은 마지막에 반달이가 춤을 추는 장면이다. 반달이의 사랑을 뒤늦게 진실의 거울을 통해 알게된 백설공주의 모습과 안개꽃밭에서 사랑을 가득 담아 춤을 추는 반달이가 오버랩되는 장면.. 이건 직접 봐야 안다.. 직접 봐야 한다.. 소규모 무대에서 최대한의 연출을 살려낸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 어른들을 위한 동화
결국 백사난의 모토는 사랑이다. 아름답지만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사실, 13살인 내가 푹 빠져 볼 정도였으니, 백사난은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이라고 해도 무난하겠다. 왜, 있지 않나, 조그만 극단에서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연극으로 만들거나 하는 작은 연극들. 백사난은 아이들이 보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고, 아이들이 너무 잘 아는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더 친근감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들도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고 (내가 뮤지컬을 봤을 때 아이였으니까 잘 안다 ㅋㅋ), 무엇보다 아이로써 사랑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였나 싶다. 사실, 13살짜리가 사랑에 대해서 뭘 알았겠는가. 사실 동화 백설공주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랑'이라고는 한 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졌고 결혼했다가 전부이지 않은가...그게 어떻게 사랑일 수 있겠는가 ㅋㅋ 그것보다는 백사난을 통해, 아 사랑하면 저렇게 헌신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게 되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
하지만, 백사난은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뮤지컬은 아니였다. 아이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실 뮤지컬보다는 연극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음악적인 요소가 없이도 그 메세지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좀 다르지 않을까? 조금 더 각박하고, 조금 더 현실적이고, 조금 더 계산하는 어른들에게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음악으로 메세지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백사난은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이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스토리적인 부분이 더 강조되었고 음악적인 요소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있다.(아까 말했듯이 메인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 - 나의 경우, 연극으로만은 채울 수 없었던 극의 서정적인 음악의 가미로, 더욱 풍부한 작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어른이 되어 다시금 생각해보아도, 백사난은 절대 유치한 어린이동화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다 너무 잘 아는 백설공주라는 동화가 아름답고 슬픈 진정한 사랑을 어른들에게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람, 사랑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사랑으로 살아 숨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가장 숭고하며,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모든 가요와 모든 드라마, 모든 영화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지어 사랑의 인생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나 연인과의 사랑으로 결혼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천국에 가는 것으로 마치게 되니까. 사랑은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사난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화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동화가 될 수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백사난은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컬이다. 백설공주라는 동화가 책보다 더 크게, 더 감동적으로, 더 아름답게 다가왔었으니까, 그런 감동이 처음이였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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