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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수련회 이후

지노쥬 2013. 2. 17. 21:16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바빠서 그랬을까? 내 마음을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마치 working machine이 된 듯한 느낌. 내가 바쁜 일정을 자초한 것이지만, 정말 너무 바빠서 하나님과의 소통도 (아니, 큐티로 일단락짓는 것도) 단지 하나의 '일'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내 눈물은 그대로이다. 여전히 주님의 말씀에 감동받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감격하여 눈물 흘린다. 하지만 내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내 영적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말은 잘 한다. 여전히 기도도 잘 한다. 항상 큐티를 하고 항상 식기도를 하지. 주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할 때면 어김없이 '정답'을 말해줄 수 있다. 근데, 나는 어떻지? 진짜 내 영적 상태는 어떨까?


대학부 수련회. 

1000여명이 참여하는 대학부 수련회는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뭐랄까, 쓰는 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대학부 수련회니까,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encouraging의 성격을 가장 많이 띠었다. 당연히 그 중심은 복음에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류의 말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그냥 같은 내용인데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집회때 결국 기도한 내용은 또 그것이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이 예배 가운데 함께 하시길...' 이상하게 자꾸 이 기도만 하게 되고, 이 기도만 하면 눈물이 나고, 이 기도에만 내가 가장 뜨겁다. 분명 다른 내용을 기도하고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면 결론은 항상 이런 기도로 끝이 난다. 


대학부 수련회때 그랬던 것처럼 내 기도제목 또한 이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도제목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저 '내 삶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틀린 건 아니다.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있다면 모든 것은 순리되로 흘러갈테니까. 하나님 안에 살고 있다면 그 어떤 다른 기도제목도 필요하지 않으니까. 


고등부 수련회.
고등부 수련회는 참여자가 아닌 준비위원회 및 현장스태프였다. 교회에서 일을 하면 항상 부딪히는 문제가 바로 일 그 자체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아닌 일처리를 하고 있게 되어버려서. 다른 사람들과 사랑으로 교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처리를 주고받아서. 이번에도 그러지 않았나 싶다. 아니, 이번엔 정말 사탄에게 깜빡 속아 넘어가버렸다. 일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버렸다. 단 한 번도, 일을 하면서 일이 아닌 하나님을 바라보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일을 하기 전에 항상 하나님의 뜻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는 했지만, 결국엔 일이 일로 끝나버린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내 말은, 하나님을 위해, 주님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일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내 자신이. 기도를 하면서 스태프로써 내 역할은 중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현장스태프로 모든 수련회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영적인 흐름 또한 파악하고 그걸 중보하는게 나의 가장 큰 임무였다. 하지만 내 기도가 얼마나 진실되었을지가 의문이다. 지금의 나는 내 자신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서. 


아 사실 잘 모르겠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게 있어서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면서 주님안에서 free해진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 기도는 당연히 진심이었겠지! 주님만 바란다는데, 그게 어떻게 거짓일 수가 있어. 근데 내가 너무 형식적으로 기도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냥 내가 하는 기도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수많은 '정답'들 처럼 항상 정석대로만 기도를 하고 있지 않나.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답이, 성경 속에 있는 대답을, 사람들이 다들 '아멘'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답들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정답을 말하는게 전혀 어렵지가 않다. 다만, 내 거짓 정체성인 것 같아서. 진짜 나는 이렇지 않을 텐데, 남들에게 보이는 것들은 항상 정답만을 비추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어떤 인간이냐고? 모르겠다! 젠장! 나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 전혀 모르겠어! 나는 그냥 정답을 많이 알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나는 그 정답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아닐테고, 정답 속의 인물도 아니야. 나는 그저 위선자일뿐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한마디 제대로 된 기도도 하지 못하면서, 진정한 사랑으로 중보하지도 못하면서 내가 무슨 다른 사람들에게 정답을 지껄일 자격이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지인... 이기적이고 추악하고 하나님앞에서도 나의 거짓된 모습만 보이려고 하는 위선자.. 나도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진짜 내가 어떤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진실된 기도를 할 수가 있겠으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겠어... 내 안에 진정한 사랑을 못찾겠는데 어떻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겠어. 주님과의 관계가 '일'처럼 처리해버리는데 어떻게 주님의 일을 할 수가 있겠어, 어떻게 주님이 일을 시키실 수가 있겠어, 어떻게 사랑을 할 수가 있겠냐고. 


그냥 내 자신이 엉망이다. 내 영적 상태는 엉망 그 자체.. 아... 다시 돌아가고 싶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너무 벅차올라서 주체를 하지 못했던 그 때... 하나님을 너무 사랑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 때... 길을 가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에 내 영이 찬양하고 눈물 흘리던 그 때... 하늘이 너무 맑아서 감사하던 그 때... 내게 즉각적으로 응답하시는 하나님과 소통하던 그 때... 내가 그렇게 다시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고 싶다.. 그렇게 다시 주님 내 옆에 서계셨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간증을 들으니 내 자신이 더욱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대체 ... 뭐지..? 나란 인간 정말 최악이구나... 나는 너무 받은게 많고.. 가진게 많아.. 근데 나는 하는게 없어..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그 곳, 하나님이 눈물흘리시는 그 사람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하고 있는게 나고... 아 몰라 그냥 내 안에 사랑이 없다고. 하나님이 날 사랑하셔서 내 모든 죄를 대속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는데, 내 사랑은, 주님을 향했던 내 사랑은 불이 꺼져버린것 같아... 믿음의 문제는 아니야.. 난 하나님을 떠날 수 없고, 하나님이 영원토록 날 사랑하시고, 무엇보다 이미 성령님이 내 안에 계시니 믿음이 흔들리거나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아.. 이미 나는 너무 당연하게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앞에 온전치 못한 내 모습이, 하나님을 진심으로 내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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