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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때때로 말랑말랑
연신내 선방, 하늘에 정성 좀 드리라는데? 본문
오늘 길을 가다 새로운 개념의 '도를 아십니까?'를 만난 것 같다.
어떤 예쁘장하고 수수한 젊은 여자분과 나이든 아저씨 한분이 다가오셨다.
아저씨는 말한마디 없으셨다. 수수하게 예쁘게 생긴 여자분이 말을건다.
- 대학생이세요?
- 네.
- 어디가는길이세요?
- 아 제가 지금 약속이 있어서..
- 아 그러시군요. 기가 되게 쎄세요. 집안에서 큰 일을 하실 분이세요. 끼가 되게 많으시고, 정이 많으신 분이세요.
인복도 많으시네요~ 천복도 많으시구요. 연예인이나 CEO를 할 운명이세요. 혹시 예체능으로 나가시려나...?
음.. 기가 쎄다느니 집안에서 큰 일을 한다느니.. 저번에도 길가는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거기까지는 아 얘넨 뭔 사이비야 또.. 이러고 뿌리치려는데 예체능에서 주춤해버렸다;
찍었는지 어쨌는지, 난 예체능 쪽이 가장 가고싶은 길이 맞거든.
흠.. 무당인가? 어쨋든간 난 이미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늦어서 급한 몸이였기에..
- 아 제가 약속을 30분이 늦었거든요..
- 그래서 저희가 오늘 만나게 된거에요. 저희가 그냥 만나는게 아니라, 어제 밤에 꿈을 꾸고 또 오늘 이곳으로 오게 된거거든요.
아가씨를 만나려구요. 저희 종교단체 아니구요, 이상한 사람들 아니에요. 그냥 귀한 거 하나 알려드리려고 하니 5분만 내주세요.
- 5분이면 그냥 여기서 얘기하시죠..
- 길에서 할 말이 있고 안에 들어가서 할 말이 있잖아요. 그러지 말고 5분만 내주세요. 차 한잔만 접대해주세요.
우와 정말정말정말레알끈질기다! 게다가 나볼로 차를 사래는데???!!! 퐝당....
그렇게 실랑이만 10분을 한것같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아 이 사람들 전도나 해야겠다!
그리고 커피집으로 들어갔다.
뭐.. 듣자하니..
내가 팔자가 뭐 집에서 큰 일을 할 사람이고..
정이 많으며 눈물이 많고.. 사람복이 많고.. 끼가 많고.. 똑같은 얘기 또하고..
내가 정말 귀한 사람이기 때문에 귀인들인 자기네가 아가씨를 만나게 된거라며..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은 우주론.
죽은 조상들의 영혼 중에 연옥(중천)에 있는 분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한 때문에 당신의 길목을 막고 있어서 당신이 될 일도 안된다.
아가씨는 점을 보러가시면 점괘가 안나온다, 왜냐하면 귀신이 모르고 하늘이 주관하기 때문이다.
아가씨는 욕심이 많으시고 머리가 좋으시고 생각이 많으시고, 정말 집안의 남자가 할 일을 하며 살 사람인데,
될게 안되고 안될게 되고 하는 일이 많다. 그 모든게 바로 이 연옥에 있는 조상님들의 귀신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기를 뚫는 의식을 행하고 21일간 집안의 나쁜 기운을 좋은 기운으로 바꿔주는
'하늘에 정성을 드리는 일'을 해야한단다.
아가씨네 집안에서 아무도 할 수 없고 오직 아가씨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가씨만이 집안을 바꿀 수 있다.
뭐 이런 소리를 한다..
그래서 내가 얘기를 했지.
저는 기독교인이며, 우리 집안 모두가 예수님 믿는 사람들입니다.
일단 아까 말씀하신 조상님들의 영혼이 중천에 있다느니 하신 얘기를 하시는데,
그건 저의 기독교적인 사상과 맞지 않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연옥의 존재 자체도 믿지 않을 뿐더러,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뭐 .. 일종의 초혼술을 얘기하시는건가요?
그건 저의 사상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론이네요.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그런 촛불을 태우고 하는 의식은 일종의 제사처럼 보이는데,
저는 기독교인으로써 그런 물질적인 제사를 드리지 않습니다.
- 제사가 아니에요. 하늘에 정성을 드리는 일입니다. 지금 믿고 계신 종교는 서양의 종교이잖아요, 한국에서는 한국 법을 따르셔야지요. 서양의 예배와 같은 것입니다. 성경에도 나와있어요. (하면서 무슨 초를 태우는 의식에 대한 성경구절을 인용하는데 모르겠음.)
아니요, 영의 예배는 영으로 드리는 것이지, 물질이 필요가 없죠. 영이 기도를 하는데 물질적인 것이 무슨 상관이에요.
그때 빡쳐서 영어 나옴... Does it matter? Does it really matter? 영어는 못알아듣네요.
- 네? 음... 아.. 그게 상관이 있냐구요? 그게 한국식 예배입니다. (내가 미국유학생이라고 완전 무시하는듯..?) 그리고 초를 태우는 의식은 한 번 뿐이고요, 그 다음에는 21일간 일종의 기도를 하시면 되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나쁜 기운을 가져와 기가 맑은 곳으로 와서 좋은 기운으로 바꿔 가시는 거에요.
제가 차라리 다니엘 21일기도를 했으면 했지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 목사님과 집사님들도 많이 다녀가세요. 이건 종교적인게 아니고 그냥 하늘에 정성을 드리는 일입니다. 기를 여는 것은 단 한번 뿐이에요. 그리고 오늘이 기일입니다. 귀인인 저희들이 아가씨를 만나고 이렇게 아가씨게 깨달음을 드리는 오늘이 바로 기일이에요. 왜 세상을 사는데 일이 잘 안풀리고 그럴까요? 왜 나쁜 일들이 일어나고 그러는 걸까요?
그건 사탄들 때문이죠. 악의 영들이요. 마지막 때가 다가오잖아요. 예수님이 오셔서 우릴 심판하신다구요. 사탄이든 귀신이든, 그 사탄 조무래기들이 지네만 지옥가기 싫으니까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하는거죠. 사람들한테 이상한 얘기도 하고, 심지어 좋은 일도 해요.
- 아니에요! 그러면 지금 조상님들이 사탄이란 얘기세요? 조상님들의 한이 아가씨의 길을 막고 있는거에요. 그걸 풀어드려야 해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마지막 때가 다가왔어요. 그러기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사람을 구하러 다니는 거에요. 저희도 사람을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라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드리기 위해 이렇게 나온거에요.
(갑자기 조용하던 옆에서 기도(?)하고 있던 아저씨가 고개를 엄청 세게 끄덕끄덕..)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을 이해 못하시는 것 같은데요, 지금.. 되게 좋으신분 같고 뭐 저에대해서도 뭔가 맞는 말씀도 하시고 그러는데요, 일단 연옥에 있는 죽은 조상님들의 한을 내가 풀어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제 사상과 매우 안 맞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제 종교과 맞지 않기 때문에 저는 할 수 없습니다.
나도 똑같은 말을 대여섯번 했더니 그제서야 물러섰다..
연신내 선방에서 왔다고 한다. 자기네들은 종교가 아니며 철학도 아니다,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도를 아십니까'랑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첨에 기가 어쩌고 저쩌고 할 때는 철학인줄 알았는데, 의식을 치르라고 하니 그때부터 뭔가 이상한거다... ㅡㅡ
사실 요즘 안되는 일도 많고 그러니 순간 뭐지? 하면서 궁금증을 가지게 된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을 전도하는게 목적이였는데.. 못해준 말이 있어서 아쉽다ㅜ
그들이 하는 말은 기복신앙이다. 너네가 마지막 때를 알고 있다고 시인했지만, 너네는 본질을 몰라.
결국 나와 내 집안이 잘되기 위해 하늘의 정성을 드리라고 하는거잖아.
본질은 그게 아니거든. 예수님이 우릴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시고 우릴 천국으로 구원하신 사실, 그 사실 하나만이 마지막 때에 우리를 구원하는 진리다.
이 사람들이 완전 쌩뚱맞게 이런 소리를 하는게 아닌건 안다.
기나, 영이나, 이 사람들도 어떤 영의 소리를 듣고, 영의 감동이 있으니까 이런 일을 하는거겠지.
이 사람들 말처럼, 우리는 모두 영의 존재이기 때문에.
아마 그래서 뭐 사람에 대해 알고 그럴 수도 있나보다.
귀신이 나에대해 알려줬겠지 뭐. 하여튼 사탄새퀴들은 머리를 잘 굴린다니까ㅡㅡ 말도잘해요 아주...
근데 뭐어쩄든간 헛소리는 헛소리니까.
하늘에 정성을 드린다면, 내가, 나의 영이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드리면 되는거지,
내가 촛불을 태우는거랑 그 나쁜 영들을 막는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니...
그 촛불은 무슨 영의 촛불이니...? 앞뒤안맞는말만한다 아주..
신기한게, 나에 대해서 거의 다 맞는 말을했다.
예체능이나, 정이많아 사람 복이 많다거나, 눈물이 많다거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천복(天福)이 많다거나.
맞다! 하나님은 나를 완전 사랑하시거든 ^^
하나님! 오늘 나의 믿음을 확인하시고자
나에게 이런 사람들을 보내셨나봐요?ㅎㅎㅎ 재미있었어요ㅎㅎㅎ 전도를 못해서 아쉽지만!
저는 하나님 한 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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